글로벌 기업으로 보는 ESG 사례, 두 번째는 스포츠 브랜드인 아디다스(Adidas)입니다. 아디다스는 지난 2015년 캐나다의 글로벌 투자 리서치 기관인 코퍼레이트 나이츠(Corporate Knights)가 발표한 글로벌 지속가능성 100대 기업 중 3위에 랭크되었으며, 100위 안에 든 기업 중에는 유일한 의류 기업이었습니다. 매년 4억 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하는 아디다스는 어떤 방법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을까요?

 

 


파트너와 함께 이루는 혁신

아디다스가 지속가능경영을 표방하여 내세운 접근방식은 바로 Open Source Innovation입니다. Open Source하면 어떤이미지가 그려지시나요? 저처럼 IT분야가 생각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사전을 검색해보니 '무상으로 공개된 소스코드 또는 소프트웨어'라는 정의가 나오는데요, 아디다스가 말한 Open Source는 조금 다릅니다. 아디다스의 Open Source Innovation은 기업 내외의 다양한 소스로부터 아이디어를 제공받아 혁신을 이루자는 의미입니다.

Open Source Innovation은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운동선수 및 예술가를 포함한 크리에이터, 두 번째는 아디다스와 일하고자 하는 개인 및 단체로 구성된 커뮤니티, 세 번째는 지속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주는 고객,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아디다스와 협력하는 기업과 비영리단체, NGO로 구성된 파트너입니다. 특히 아디다스는 파트너들을 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해양환경보호단체 팔리포디오션(Parley for the Oceans)와의 협업입니다.

출처: Parley for the Oceans

전 세계 바다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약 1억 5천만 톤에 달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매년 8백만 톤이 바다로 버려진다고 하니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는데요, 하지만 이 쓰레기들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아디다스는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착안해, 팔리를 비롯한 환경보호 단체들이 해변에서 수거한 폐기물들 중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이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해 운동화를 만들었죠. 한 켤레의 러닝화에 약 22개의 플라스틱 병이 사용되며, 이 운동화는 출시 이후 2017년에만 약 백만 켤레가 판매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재활용됐을지 상상이 되시나요?

해양 쓰레기로 만든 아디다스 운동화, 출처: Parley for the Oceans

아디다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의류도 개발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축구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유벤투스 등 다양한 팀들의 유니폼에 폐 플라스틱이 사용됐습니다. 축구 팀에게는 환경을 생각하는 좋은 이미지를 덧씌워줌과 동시에, 전 세계에 있는 축구 팬들에게도 친환경 소재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였죠.

아디다스의 친환경 파트너는 팔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인 볼트쓰레즈(Bolt Threads)와 협업한다고 밝혔는데요, 볼트쓰레즈는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식물성 가죽 마일로(Mylo)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기업입니다. 아디다스는 케링, 룰루레몬, 스텔라맥카트니와 함께 볼트쓰레즈와의 마일로 콘소시엄을 형성했는데요, 이 컨소시엄을 통해 앞으로 비건 가죽을 활용한 제품들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러한 협업 파트너는 타 산업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쟁자일 수 있는 신발 제조업체와의 협업도 이뤄졌는데요, 바로 미국의 친환경 신발 제조기업 올버즈(Allbirds)와의 협업입니다. 두 기업은 신발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최소화하자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 따라 재생가능한 원재료 발굴 및 가공, 공급망 관리, 포장재 개선 등 각 공정에서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힘을 합치기로 약속했습니다. 특히 신발 한 족당 발생하는 탄소 양을 2kg까지 줄일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현재 신발 한 족당 발생하는 탄소는 평균 약 13.6kg이며 친환경 신발인 올버즈 마저도 한 족당 7.6kg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하니 2kg이 얼마나 큰 목표인지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기술개발 및 혁신을 통해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운동화의 100% 재활용 시대를 열다

기후변화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연간 약 250억 켤레의 운동화가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구수에 비해 막대하게 많은 운동화 판매량은 곧 그만큼 버려지는 운동화도 많음을 뜻하죠. 하지만 운동화는 밑창, 안창, 끈 등이 서로 다른 소재로 이루어져 있고 이 모든 소재들이 접착제로 결합되어 있어 분리 및 재활용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디다스는 이 운동화를 100% 재활용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퓨처크래프트 루프, 출처: Adidas

아디다스는 약 6년간 연구개발에 매진한 끝에 신소재인 TPU(열가공성 폴리우레탄)를 개발했습니다. TPU는 최근 각광받는 소재인 TPE(열가소성 엘라스토머)의 한 종류인데요, 고무의 탄성과 플라스틱의 열가소성을 동시에 갖춰 복원력과 충격 흡수, 가공성, 경량성이 우수하며 재활용이 용이한 친환경 소재입니다. 아디다스의 퓨처크래프트 루프 운동화는 밑창부터 끝까지, 모두 TPU를 사용해 만든 100% 재활용 가능한 운동화입니다.

아디다스는 2019년 200명의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퓨처크래프트 루프의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200명의 크리에이터들은 약 8개월간 신발을 신어보고, 평가한 후 아디다스에 반환했죠. 아디다스는 수거한 신발을 분해하고 용해한 후, 순도 높은 TPU를 사용해 다시 이 운동화를 생산해냈습니다. 이 운동화는 100% 재활용이 가능하긴 하지만,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도 높은 TPU를 얻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재 기술로는 약 10%만이 다음 운동화를 만드는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이 비율을 100%까지 늘려서 '구독 경제'모델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즉, 운동화를 한 번 사고 수명이 다하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수명이 다한 운동화를 회수 후 100% 재활용, 재생산해 돌려주는 방식이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쓰레기까지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를 통한 청소년 교육 지원

아디다스의 ESG 경영을 위한 노력은 사회 분야에서도 계속됐습니다. 2014년에 개최된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아디다스는 브라질 지역사회와 보다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아디다스는 기존 시민사회조직과 함께 스포츠를 매개로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지역에서 청소년을 위한 교육/스포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Gol de Letra와 파트너쉽을 맺고 본격적인 지원 사업에 나섰습니다.

출처: Adidas

브라질 인구의 85%는 도시 지역에 거주하고 있지만 스포츠 및 레저시설은 흔치 않았고 게다가 비싸기까지 했습니다.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데다 범죄율까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방과 후에 놀만한 곳이 없었죠. 아디다스는 이러한 점에서 착안해 브라질 내 5개 도시에 스포츠와 관련된 방과후교실 프로그램인 'Ginga Social'을 런칭했습니다. 브라질에는 축구 외 스포츠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았는데, 아디다스는 이를 고려해 풋살, 배구, 체조, 야구, 유도 등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들을 리모델링했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코치들을 양성했죠. 특히 이 과정에서 아디다스는 "코치들을 먼저 교육하자"라는 접근방식을 취했습니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지역 내 코치들에게 커뮤니케이션 및 리더쉽 스킬을 갖추게 함으로써, 이들이 가르치게 되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전파되길 바랬던 것이죠. 결과적으로 Ginga Social에는 약 2,200명의 아이들과 그 가족들까지 약 7,00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아디다스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방법들, 어떻게 보셨나요? 이렇게 쓰고 나니 아디다스가 환경 보호에 특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업이 당면한 문제들을 내부 자원뿐 아니라 외부 단체들과 협력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러한 적극적인 파트너쉽이 아디다스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는 핵심 요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Adidas to launch fungi-based vegan shoe(Ecotextile, 2021)
Adidas and Allbirds are teaming up to create a shoe with zero carbon footprint(CNN, 2020)
How Adidas is pioneering open-source sustainability for sports(GreenBiz, 2015)
Teaching Values And Life Skills To Kids Through Sport: The Ginga Social Project In Brazil(Greengopost, 2013)
100% 재활용 되는 신발이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
아디다스,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을 향한 변화(이미디어, 2020)
Adidas(www.adidas.com)
Parley for the Oceans(www.parley.tv)

제주폐가살리기사회적협동조합
기획운영팀 안나래

흔히들 "좋은 일 하는 건 돈이 안돼"라고도 말하듯이 착한 기업과 돈벌이는 조금 동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미디어에서는 ESG 경영을 하면 착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재무적 가치가 올라간다고 말하고 있죠. 그렇다면 ESG 경영이 어떻게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걸까요?

 


'착한 기업'이 성장률도 착하다

과거에는 ESG와 기업가치간의 상관관계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기업도, 이해관계자들도 ESG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인터넷의 발달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단순히 기업에서 발표하는 보도자료, 재무적 정보를 받아보는데서 벗어나, 인터넷 어디서든 기업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착한 기업은 더 팔아주고, 나쁜 기업은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재무적 성과에 집적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최근 이러한 ESG와 재무적 성과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실제 ESG와 같은 비재무적 정보를 고려한 투자의 성과가 높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1970년대 이후 발간된 2,000여 건의 연구 분석 결과 약 90%에서 ESG가 기업 재무적 성과를 증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기업 운영 성과에 대한 연구 중 88%가 ESG를 고려한 경우 더 나은 운영 성과를 보여준다는 결론을 제시했습니다. 2019년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ESG점수가 높은 상위 20% 기업과 하위 20%간 가치 프리미엄(Valuation Premium)이 5배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자 지표로 활용되는 ESG

ESG가 가장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은 바로 금융투자 업계입니다. 매출이나 순이익 등 재무적 성과만을 평가하고 투자처를 찾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위의 사례처럼 ESG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기업 가치 및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라는 인식이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세계 최고의 투자운용사 블랙록의 회장인 래리 핑크(Larry Fink)는 2020년 "기후변화는 회사 장기 전망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며 "석탄 화력을 생산·제조하는 기업의 주식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해 팔아버리겠다"고 선언하며 ESG 투자를 가속화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기관투자자들도 ESG 투자에 앞장서는 추세입니다. ESG에 반하는 기업(무기, 환경오염, 아동착취 등)들을 투자에서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혹은 우수한 ESG 성과를 내는 기업에 투자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Positive Screening)전략을 앞세워 ESG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럽투자은행(EIB)은 2022년부터 화석연료 관련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으며,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석탄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제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국민연금이 2022년 말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반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처럼 ESG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투자가 확대되자 기업에서도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ESG 리스크를 집중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Global Risks Report)에 따르면 10년 전의 글로벌 리스크는 재무적 리스크 중심이었으나, 근래에는 환경 및 사회 등 비재무적 리스크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ESG와 기업의 장기적 성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즉 ESG가 잘 관리되는 기업은 위와 같은 비재무적 글로벌 리스크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실제로 ESG가 잘 관리되면 횡령, 부패 등과 같은 부정적 사건을 겪을 가능성이 낮으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업은 기후변화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도 타 기업에 비해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은 리스크를 관리하며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자금 조달이 원활해짐과 동시에 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을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업 가치의 새로운 기준, ESG 등급

그렇다면 기업이 ESG를 잘 실천하고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바로 ESG등급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기관들이 ESG 평가 결과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가장 잘 알려진 기관은 MSCI와 FTSE, S&P가 있습니다.

출처: MSCI

대표적으로 MSCI의 평가기준을 알아보면 총 7단계로 구성된 등급을 공시합니다. CCC·B등급은 정체, BB·BBB·A등급은 평균, AA·AAA등급을 리더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등급 공시는 어떻게 이뤄질까요?

출처: MSCI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코카 콜라를 예시로 검색해봤습니다. 코카콜라의 등급은 AA로, 7개 등급 중 두번째에 해당하는 성적이네요. 5년 전에는 A등급이었지만 2019년부터 AA로 상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음료 산업군 내에서 각 등급 분포를 보여주는 그래프도 나와있습니다.

출처: MSCI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산업군 내에서 해당 기업이 어떤 점을 잘하고 있는지, 어떤 점을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입니다. 위 사진을 보면 코카콜라는 음료 산업군 내에서 지배구조, 포장재, 탄소발자국, 안전 분야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영양 및 건강 분야에서는 뒤쳐지는 것으로 평가받았네요.

 

국내에서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에서 ESG 평가등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를 살펴볼까요?

출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는 이처럼 각 기업의 종합 ESG등급과 더불어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부문의 등급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MSCI처럼 세부적인 평가 정보는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충분히 직관적인 정보라고 생각됩니다. 이 외에도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 피치(Fitch Ratings) 등은 ESG 평가 결과를 신용 등급에 일부 반영하고 있다고 하니 ESG 평가가 단순히 비재무적인 요소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상황에 대한 평가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ESG 평가를 통해 기업은 경영 전략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발전 방안을 수립할 수 있으며, 이해관계자들은 이 기업이 '착한 기업'인지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만한 곳인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앞다투어 ESG 경영에 나서는 기업들

ESG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자 국내 기업에서도 이에 맞춰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경영 전략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삼성전자는 기존 경영지원실 산하에 운영해 온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CEO 직속의 지속가능경영 추진센터로 격상시켰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기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개편하고 ESG 정책 및 계획, 주요 활동 등을 심의, 의결할 계획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기업에서도 ESG 경영 강화에 나섰습니다. 카카오는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는 ESG위원회를 신설했으며, 네이버는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한 데 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 ESG 전담조직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움직임은 ESG중 G(Governance)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변화를 통해 환경, 사회 이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ESG 트렌드에 따르지 않으면 대출길이 막히거나 투자를 받지 못하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현 상태를 볼 때, 전담조직 신설은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적합하기 때문에 한동안 전 산업계에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SG와 기업 가치, 조금은 어려우셨나요? 쉽게 요약하자면 비재무적 리스크가 확산되는 현 상황에서 기업은 ESG 경영을 통해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고, ESG 등급 등 객관적 평가를 통해 가치투자를 이끌어내며 장기적인 기업가치 증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ESG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재무적 성과도 좋다는 것이 실증적인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죠. 즉, 기업의 성과와 ESG 경영은 절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개념과 현황 중심으로 ESG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다음 포스팅부터는 해외 사례를 통해 ESG 경영, ESG 활동이 어떤 것인지 더 쉽게 알아보려고 합니다. 우리보다 앞서 ESG에 관심을 가졌던 해외 기업들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앞으로 계속될 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

 

참고자료
ESG의 부상,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삼정KPMG, 2021)
ESG와 기업의 장기적 성장(한국기업지배구조원, 2020)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커뮤니케이션(딜로이트, 2018)
ESG 안 하면 밀려나…기업의 운명까지 바꾸는 시대 됐다(뉴스원, 2020)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석탄 회사서 돈 뺀다"(머니투데이, 2020)
ESG를 투자 기준으로 삼는다...ESG란? ESG정의, 필요성, 사례(문화뉴스, 2021)
[2021 환경제 키워드 ⓛ] ESG 평가 좋은 기업, 수익률도 더 높을까?(그린포스트코리아, 2021)
재계에 분 'ESG 경영' 바람…지배구조 개혁 '속도'(아이뉴스24, 2021)
SCMI(www.msci.com)
한국기업지배구조원(www.cgs.kr)

제주폐가살리기사회적협동조합
기획운영팀 안나래

지난 포스팅에서는 ESG 공시 의무화와 관련해 ESG의 개념, 그리고 국내외 표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표준들을 살펴보고 나니 실제 ESG경영은 어떻게 하는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기존에 하던 사회활동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사회공헌, CSR, ESG가 다 똑같은 거 아닌가? 저 세 가지 개념이 어떻게 다른 건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사회공헌과 CSR의 개념을 알아보고 ESG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최초로 CSR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자했던 학자는 Bowen(1953)으로, 본인의 저서인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우리 사회의 목적과 가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정책이나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하며, 그에 따르는 행동을 하는 기업인의 의무"라고 정의했습니다. 현재는 "기업의 이해 당사자들이 기업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사회적 의무들을 충족시키는 활동"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CSR에 대해 지금까지도 가장 널리 쓰이는 분류는 Caroll(1979)의 분류 방법인데요, 기업의 책임을 경제, 법, 윤리, 자선 네 가지로 분류해 제시했습니다.

이 중 경제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기업이 경영 활동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이라면, 윤리적 및 자선적 책임은 기본을 넘어선 자율적인 책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CSR과 사회공헌활동

CSR과 사회공헌활동은 어떻게 다를까요? 위의 분류에서 살펴봤듯이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자선적 책임에 해당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CSR활동은 사실상 사회공헌활동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이러한 활동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요, 바로 단순 금전적 기부활동과 봉사활동과 같은 일회성 지원에 치중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에서 'CSR 보고서',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등으로 검색해보면 각 기업들이 발간한 CSR 관련 연차보고서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분석해보면서 몇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대부분의 활동이 취약계층 지원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내 사회공헌활동은 '복지'나 '봉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일회성 활동들이 대거 포함됩니다. 한 가지 사업을 발굴해서 매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각 시기에 정부 또는 사회에서 핫했던 일회성 활동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최근에는 일자리 창출, 이전에는 1사1교, 1사1촌과 같은 자매결연, 연탄나눔 봉사 등이 있었습니다. 셋째, 질보다는 양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면 순이익 중 몇 %를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했는지, 몇 명의 임직원이 봉사에 참여했는지와 같은 정보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는 사회공헌활동을 '얼마나 많은 비용을 썼느냐'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flickr

이와 더불어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가장 비판받는 점은 사회공헌활동을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저도 홍보팀에서 일하며 사회공헌을 담당했던 적이 있는데, 지금 보니 위와 같은 점들이 모두 해당되네요. 특히 저의 경우 새로운 기부처/봉사활동처를 발굴하고 활동에 대한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듯 홍보를 위한 보여주기식 활동은 진정한 의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CSR/사회공헌활동과 ESG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는 관련이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ESG의 'S'는 사회(Social)를 의미하며, 기업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CSR활동만으로 ESG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기업이 취약계층에게 일정액을 기부한다면 이는 사회적 책임 중 자선적 책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ESG에 대입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 기업이 평소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물질 및 설비 개발에 앞장서거나, 이와 관련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면 이것이 ESG 경영에 가까운 것이죠. 이처럼 ESG는 올바른 의사결정(Governance)을 통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는 것으로, 단순히 자원을 투입하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경영 전반에 대한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합니다. 

또 다른 CSR과 ESG의 차이점은, ESG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상승시킨다는 것입니다. CSR이 기업이 사회에 '좋은 일'을 하면서 책임을 다하는 소극적인 행위라고 본다면, ESG는 기업이 '좋은 일'을 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적극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면봉을 생산하던 업체가 코로나 검사에 쓸 수 있도록 면봉을 지원한다고 하면, 이는 '좋은 일'이지만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업체가 플라스틱이 환경 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종이, 나무 등 대체제를 사용하기로 했다면 어떨까요? 각국의 플라스틱 규제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이 기업은 미래에 이런 규제가 생겨나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죠. 환경을 생각해 소재를 바꾼 '좋은 일'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이처럼 CSR이 자원 투입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결과'를 의미한다면, ESG는 궁극적으로 사회 및 기업 가치를 더하기 위한 '근본 및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SG 경영의 시작

최근 금융업부터 시작해 유통, 제조 등 많은 분야의 기업들이 ESG 전담 부서를 신설하며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ESG와 같은 비재무적 성과가 좋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재무적 성과도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ESG를 평가 기준에 포함하는 등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ESG 경영을 표방하기 전에, 진정으로 ESG를 이해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주를 위한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하지 않고 임직원, 소비자, 협력업체, 지역공동체 등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근본적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 ESG 경영입니다. 기업 활동 과정에서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기업의 지속 경영 목표와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ESG 경영을 위해서는 환경과 사회를 고려한 전사적인 프로세스의 전환, 그리고 이를 지원해주는 의사결정자의 역할 역시 중요합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결국은 무늬만 ESG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공헌과 CSR, ESG의 개념과 차이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막연하게만 알았던 세 가지 개념들이 이제는 조금 체계가 잡히는 느낌이네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ESG가 기업 가치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조금 어려운 주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함께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따라와주세요!

 

참고자료
보험회사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관한 연구(보험연구원, 2013)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네이버 지식백과)
임직원 봉사활동 8만시간 하니 CEO는 "일 안 했네"…어떡하나요(뉴스원, 2021)
[기고] ESG를 PR·CSR·사회공헌과 혼동하지 마라(매일경제, 2021)
ESG로 진짜 착한 기업 가려내는 법(주간조선, 2021)
이윤창출 → 사회적 책임 → ESG…기업의 책임도 진화한다(한국경제, 2020)
사회공헌 잘한다고 사회책임 해소 안된다(머니투데이, 2006)

제주폐가살리기사회적협동조합
기획운영팀 안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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