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는 ESG 공시 의무화와 관련해 ESG의 개념, 그리고 국내외 표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표준들을 살펴보고 나니 실제 ESG경영은 어떻게 하는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기존에 하던 사회활동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사회공헌, CSR, ESG가 다 똑같은 거 아닌가? 저 세 가지 개념이 어떻게 다른 건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사회공헌과 CSR의 개념을 알아보고 ESG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최초로 CSR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자했던 학자는 Bowen(1953)으로, 본인의 저서인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우리 사회의 목적과 가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정책이나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하며, 그에 따르는 행동을 하는 기업인의 의무"라고 정의했습니다. 현재는 "기업의 이해 당사자들이 기업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사회적 의무들을 충족시키는 활동"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CSR에 대해 지금까지도 가장 널리 쓰이는 분류는 Caroll(1979)의 분류 방법인데요, 기업의 책임을 경제, 법, 윤리, 자선 네 가지로 분류해 제시했습니다.

이 중 경제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기업이 경영 활동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이라면, 윤리적 및 자선적 책임은 기본을 넘어선 자율적인 책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CSR과 사회공헌활동

CSR과 사회공헌활동은 어떻게 다를까요? 위의 분류에서 살펴봤듯이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자선적 책임에 해당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CSR활동은 사실상 사회공헌활동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이러한 활동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요, 바로 단순 금전적 기부활동과 봉사활동과 같은 일회성 지원에 치중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에서 'CSR 보고서',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등으로 검색해보면 각 기업들이 발간한 CSR 관련 연차보고서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분석해보면서 몇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대부분의 활동이 취약계층 지원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내 사회공헌활동은 '복지'나 '봉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일회성 활동들이 대거 포함됩니다. 한 가지 사업을 발굴해서 매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각 시기에 정부 또는 사회에서 핫했던 일회성 활동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최근에는 일자리 창출, 이전에는 1사1교, 1사1촌과 같은 자매결연, 연탄나눔 봉사 등이 있었습니다. 셋째, 질보다는 양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면 순이익 중 몇 %를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했는지, 몇 명의 임직원이 봉사에 참여했는지와 같은 정보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는 사회공헌활동을 '얼마나 많은 비용을 썼느냐'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flickr

이와 더불어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가장 비판받는 점은 사회공헌활동을 이미지 개선을 위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저도 홍보팀에서 일하며 사회공헌을 담당했던 적이 있는데, 지금 보니 위와 같은 점들이 모두 해당되네요. 특히 저의 경우 새로운 기부처/봉사활동처를 발굴하고 활동에 대한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듯 홍보를 위한 보여주기식 활동은 진정한 의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CSR/사회공헌활동과 ESG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는 관련이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ESG의 'S'는 사회(Social)를 의미하며, 기업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CSR활동만으로 ESG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기업이 취약계층에게 일정액을 기부한다면 이는 사회적 책임 중 자선적 책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ESG에 대입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 기업이 평소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물질 및 설비 개발에 앞장서거나, 이와 관련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면 이것이 ESG 경영에 가까운 것이죠. 이처럼 ESG는 올바른 의사결정(Governance)을 통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는 것으로, 단순히 자원을 투입하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경영 전반에 대한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합니다. 

또 다른 CSR과 ESG의 차이점은, ESG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를 상승시킨다는 것입니다. CSR이 기업이 사회에 '좋은 일'을 하면서 책임을 다하는 소극적인 행위라고 본다면, ESG는 기업이 '좋은 일'을 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적극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면봉을 생산하던 업체가 코로나 검사에 쓸 수 있도록 면봉을 지원한다고 하면, 이는 '좋은 일'이지만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업체가 플라스틱이 환경 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종이, 나무 등 대체제를 사용하기로 했다면 어떨까요? 각국의 플라스틱 규제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이 기업은 미래에 이런 규제가 생겨나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죠. 환경을 생각해 소재를 바꾼 '좋은 일'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이처럼 CSR이 자원 투입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결과'를 의미한다면, ESG는 궁극적으로 사회 및 기업 가치를 더하기 위한 '근본 및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SG 경영의 시작

최근 금융업부터 시작해 유통, 제조 등 많은 분야의 기업들이 ESG 전담 부서를 신설하며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ESG와 같은 비재무적 성과가 좋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재무적 성과도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ESG를 평가 기준에 포함하는 등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ESG 경영을 표방하기 전에, 진정으로 ESG를 이해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주를 위한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하지 않고 임직원, 소비자, 협력업체, 지역공동체 등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근본적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 ESG 경영입니다. 기업 활동 과정에서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기업의 지속 경영 목표와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ESG 경영을 위해서는 환경과 사회를 고려한 전사적인 프로세스의 전환, 그리고 이를 지원해주는 의사결정자의 역할 역시 중요합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결국은 무늬만 ESG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공헌과 CSR, ESG의 개념과 차이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막연하게만 알았던 세 가지 개념들이 이제는 조금 체계가 잡히는 느낌이네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ESG가 기업 가치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조금 어려운 주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함께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따라와주세요!

 

참고자료
보험회사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관한 연구(보험연구원, 2013)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네이버 지식백과)
임직원 봉사활동 8만시간 하니 CEO는 "일 안 했네"…어떡하나요(뉴스원, 2021)
[기고] ESG를 PR·CSR·사회공헌과 혼동하지 마라(매일경제, 2021)
ESG로 진짜 착한 기업 가려내는 법(주간조선, 2021)
이윤창출 → 사회적 책임 → ESG…기업의 책임도 진화한다(한국경제, 2020)
사회공헌 잘한다고 사회책임 해소 안된다(머니투데이, 2006)

제주폐가살리기사회적협동조합
기획운영팀 안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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