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의 개념과 현황과는 별개로 실제로 기업에서는 ESG 경영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을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준비한 사례로 보는 ESG! 첫 번째 사례는 글로벌 기업인 펩시(Pepsi)입니다. 펩시하면 우리도 잘 아는 기업인데,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펩시의 대표적인 브랜드가 콜라다보니 달달하고, 건강에 안 좋고, 페트병 쓰레기가 나오고.. 등등 ESG와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는 듯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요, 펩시는 어떠한 전략을 통해 지속가능경영과 ESG를 실천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목적이 있는 성과(Performance with Purpose, PwP)

펩시는 전임 CEO인 인드라 누이(Indra Nooyi) 재임 시절부터 지속가능경영을 테마로 사업구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펩시의 사회적 책임이 단순히 복지시설에 일부를 기부하면서 이미지 개선을 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기업의 사회에 대한 기여는 사업의 핵심모델 변화, 즉 어떻게 돈을 버느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새로운 경영 이념인 목적이 있는 성과(PwP)를 제시했습니다.

목적이 있는 성과라는 말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요, 저는 이 목적을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기업의 성과가 돈을 잘 버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성과를 내야함을 뜻합니다.

인드라 누이는 PwP 달성을 위한 세 가지 과제를 도출했습니다. 첫째는 제품군의 당류, 염분, 지방을 줄임과 동시에 더 건강하고 더 영양이 높은 제품을 도입하는 것, 둘째는 물을 보존하고 탄소 및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회사 및 지역사회의 여성,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드라 누이가 재임하던 12년간 펩시는 위의 세 가지 과제에서 혁신을 이루었습니다. 건강을 강조한 제품군의 수익은 38%에서 50%까지 상승했으며, 제조과정에서 물 사용량을 25% 줄이고 2,200만 명에게 안전한 식수를 제공했습니다. 경영진의 39%가 여성으로 채워지기도 했죠. PwP 도입 이후 펩시의 순매출액은 80%가량 상승했고 주가 역시 S&P500지수 상승률을 넘어서는 등 획기적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그렇다며 펩시는 이러한 성과를 내기 위해 실제로 어떤 전략들을 실행했을까요?

 

 


R&D 및 제품개발 혁신

펩시는 먼저 R&D 및 제품개발 분야의 역량을 키우고자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기존에는 식품공학 전공자 위주로 구성되었던 연구진에 생물학, 생리학, 약학, 영양학, 컴퓨터모델링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채용했습니다. 이들의 경험을 제품 개발에 활용한 결과 펩시는 주요 제품군의 소금, 설탕, 지방성분을 감소시키면서도 동일한 맛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연구진들은 신제품 개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스파클링 워터, 정제수, 과일/야채 스무디와 통밀 스낵과 같은 고영양 제품들을 신규로 출시한 것이죠.

R&D 분야의 대표적인 성과로 우리가 잘 알고있는 치토스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펩시의 대표적인 스낵 브랜드 중 하나인 치토스는 영양성분 부족을 이유로 미국 학교 급식에서 퇴출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펩시는 2년간의 연구 끝에 식이섬유 등 영양성분이 강화된 치토스를 출시했고 학교에도 다시 납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제품 개선은 사업적으로도 좋은 성과였지만 사회적으로도 아이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ESG 경영의 좋은 예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 사용량 절감, 폐기물 감축

기업의 환경보호 방안 하면 생각해낼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이 바로 물 사용량 절감, 폐기물 감축이죠. 펩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 방안을 어떻게 실천했을까요? 우선 공장의 물 사용량 및 폐수 배출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어느 공정에서 어떻게 폐수를 재사용 혹은 재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냈습니다. 펩시는 이 시스템을 온실가스, 폐기물, 전력을 관리하는데도 이용함으로써 폐기물 감축뿐 아니라 자원 사용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원가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펩시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플라스틱 포장재의 개선에도 열을 올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식물성 폴리머 포장재를 개발했는데, 풀, 나무·옥수수 껍질과 같은 재생가능한 재료를 사용한 생분해성 포장재입니다. 펩시는 향후 자사의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남은 오렌지, 감자, 귀리 껍질들을 사용한 '그린 플라스틱(Green Plastic)'을 생상하는 것을 목표로 지속적인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펩시는 단순히 '덜 쓰고, 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버릴 것도 재활용하는' 전략을 실행함으로써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기업의 이익과 지역의 성장 연계 

펩시 멕시코는 기업의 이익을 지역의 성장과 연계한 우수한 사례입니다. 펩시 멕시코의 과자사업부는 비싸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수입산 팜유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해바라기유의 안정적 공급이 어렵고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펩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멕시코 정부, 미주개발은행과 협력해 해바라기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 및 교육을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 멕시코에는 현재 5만 헥타르 이상의 해바라기 농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농부들은 해바라기 재배로 돈을 벌고, 소비자들은 팜유로 인한 심장병 위험을 낮출 수 있으며, 펩시는 현지자원 조달을 통해 저렴하고 안정적인 재료를 공급받는 윈윈 전략이 된 것이죠.

 

 


의사결정권자들의 지원

ESG의 한 축이 지배구조(Governance)였던 것 기억하고 계신가요?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있어 의사결정권자들의 의견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펩시에서도 마찬가지로 PwP의 실현을 위해 경영진 및 이사회의 지원은 필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식 변화는 쉽지 않았습니다. 일례로 PwP 개념을 도입한 이후에도 트로피카나(Tropicana) 브랜드 담당자는 고당도의 탄산 오렌지 음료를 제품군에 추가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탄산음료'로 일컬어지는 달달한 음료를 지양하고자하는 펩시의 경영 이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죠.

다행히 이사진들은 PwP를 지지했습니다. 펩시가 PwP에 반하는 기업의 인수를 시도할 때는 거부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죠. 펩시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의 연간 예산 중 일정 비율을 지속가능투자기금으로 조성하여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혁신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또한 경영진과 해외법인 관리자, 중간관리자까지 PwP 목표를 설정하도록 해 이를 성과평가에 반영하여 수당 및 보너스를 지급했습니다. 이렇듯 의사결정권자들의 지원 하에 인드라 누이는 경영 전반에 PwP 전략을 녹여내 직원부터 경영진까지 모두가 PwP를 달성해야 할 하나의 목표로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펩시의 ESG 경영 전략, PwP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의사결정권자들은 PwP를 목표로 삼고 이에 따른 전략을 기획, 실행하며(G), 그 결과물이 물 사용량 절감 및 폐기물 감축(E)과 해바라기 재배 지원 및 고영양 제품 개발(S)로 나타난 것이죠. 따로 보면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잘 살펴보면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ESG 요소가 곳곳에 녹아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례를 보니 ESG가 생각처럼 어렵진 않은 느낌인데요, 다음 포스팅에서도 계속해서 ESG 사례를 공부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참고자료
Becoming a Better Corporate Citizen(Harvard Business Review, 2020)
How Indra Nooyi built Pepsi for the future(CNN, 2018)

제주폐가살리기사회적협동조합
기획운영팀 안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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