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해안으로부터 중산간까지를 길게 아우르는 마을에 마음 푸근해지는 외갓집이 있습니다.

철철이 달라지는 농산물들을 조목조목 챙겨 보내는 외할머니처럼, 달마다 꾸러미를 꾸미는 '무릉외갓집'입니다.

입 짧은 손주를 생각하듯 귤을 조금, 양배추를 조금, 당근을 더 챙겼다가, 장아찌며 토마토, 된장까지 풍성하게 꾸려냅니다.

'막내 보아라. 이건 냉장고에 두었다가 얼른 먹거라, 저건 냉동실에 보관하며 두고두고 먹어라, 몸 건강히 잘 챙겨먹어야 한다.'

마음을 간질이는 외할머니의 편지처럼, 누가 지은 농산물인지, 왜 이 농사를 짓는지, 어떻게 짓는지를 보태 적는 편지가 반갑습니다.

달마다, 나를 위하는 먹거리들이 문 앞에 한꾸러미씩 놓이는 것입니다.

무릉외갓집의 농산물꾸러미를 경험한 회원들이 하나같이, '제주에 외갓집이 생겼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사진 : 무릉외갓집

 

무릉외갓집은 올해로 열 한살을 맞이한 마을기업입니다. 

무릉리에서 평생 농사지어 온 농부들이 조합원이 되어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판매합니다.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좋은 작물을 꾸려냅니다.

시간과 정성을 담아 건강하게 키워낸 작물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값이 비싸다 타박하지 않습니다.

수확한 작물을 손에 들고 수줍게 미소짓는 농부의 사진 옆으로 작물의 이름과 농부의 이름이 나란히 적힙니다.

꾸러미를 받을 회원에게 '할미가 직접 지은 농사다' 이야기하기 위해 누구보다 정직하게 농사를 짓습니다.

그렇게 농사지은 작물을 신선하고 다치지않게, 계절을 가득 담아 전달하는 것이 무릉외갓집의 특기입니다.\

 

그러니, 꾸러미를 받아 보는 회원들이 문득 무릉리의 외갓집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할머니가 마당에 널어놓고 말릴 표고버섯이 그립고, 겨우내 땅속에서 단단해질 월동작물이 궁금한 회원들이 종종 무릉외갓집을 찾습니다. 

손주에게 뭐 더 재미있는 경험을 시켜줄까 고민인 외할머니처럼, 무릉외갓집은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콘텐츠를 궁리하고 있습니다.

동네도 한바퀴 돌아 보고, 조합원의 귤밭에서 귤도 따 보고, 귤로 찹쌀떡도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월동작물이 많은 제주에서 비교적 농한기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여름 무렵, 전국 각지의 외손주들과 함께, 무릉리는 시끌벅적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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