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슬레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데요, 여러분은 네슬레 하면 어떤 브랜드가 생각나시나요? 전 어렸을 때 즐겨 먹었던 네스퀵이라는 브랜드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제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는 우유급식을 했었는데, 흰 우유가 먹기 싫어서 네스퀵 초코맛을 잔뜩 사가서 항상 초코우유를 만들어먹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런데 조사해보니 네스퀵 말고도 제가 아는 브랜드가 참 많았습니다.

네슬레의 주요 브랜드, 출처: Nestle

킷캣, 네스카페, 네스프레소, 돌체구스토와 같은 브랜드들은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네슬레는 이러한 주력 제품들을 바탕으로 세계 189개 국에 진출, 2020년 기준 포츈500대 기업 중 82위에 선정된 세계 최대 식품 기업 중 하나입니다. 세계 최초로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 개념을 경영에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한 네슬레는 어떤 방식으로 ESG경영을 실천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시죠.

 

 


네스카페 플랜(Nescafe Plan), 커피농가와 네슬레의 상생 추구

여러분은 커피 좋아하시나요? 저는 믹스커피든, 캡슐커피든 혹은 카페에 가든 하루에 꼭 한 잔은 커피를 마시는 편인데요. 놀랍게도 커피는 전 세계에서 석유 다음으로 가장 교역량이 많은 물품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네슬레는 전 세계 커피 교역량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커피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네슬레는 네스카페, 네스프레소, 돌체구스토 등 커피 브랜드를 통해 많은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렇다면 커피를 재배하는 커피 농가도 많은 돈을 벌었을까요?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커피 한 잔 가격이 4,000원이라면 그 중 농부에게 돌아가는 돈은 30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영세한 커피 농장의 농부들은 생산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때문에 커피 수확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졌고, 엄청난 커피 수요를 맞추려다 보니 노동 착취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죠.

네슬레는 커피 재배 및 생산기술 교육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습니다. 기술 향상을 통해 농부들은 생산량을 높여 더 높은 수익과 함께 안정적인 재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만 네슬레도 고품질의 원두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2010년부터 시작된 캠페인이 바로 네스카페 플랜입니다.

출처: Nestle

네슬레는 네스카페 플랜의 일환으로 'Farmers Business School' 프로그램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지난 10년간 90만 명 이상의 영세 커피 재배자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농업 기술을 전수받았습니다. 또한 약 2억 3,500만 그루의 커피 묘목을 농가에 보급해 원두 공급의 양적 및 질적 향상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속가능 기준을 충족하는 원두를 커피 농가로부터 직접 수매해 커피 농가에 안정적인 소득을 가져다줬으며 나아가 좋은 품질의 원두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초콜릿으로 파괴되는 열대우림을 지켜라

초콜릿과 열대우림이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싶으신가요? 기사에 따르면 실제로 초콜릿으로 인해 서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초콜릿의 주재료인 코코아를 재배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없애 카카오를 불법 경작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1960년대 이후 코트디부아르 열대우림 80%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등지에서 서아프리카 열대우림 파괴 문제가 불거지자 네슬레를 비롯한 주요 초콜릿 생산 기업들은 산림파괴 방지 및 산림복원을 위한 CFI(Cocoa and Forests Initiative, 코코아 및 산림 이니셔티브)에 동참하기로 서명했으며, 네슬레는 '코코아 플랜(Cocoa Plan)'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출처: Nestle

코트디부아르는 전 세계 코코아의 40%를 생산하며 인접 국가인 가나의 생산량을 더할 경우 총 생산량은 약 70%에 달합니다. 빈곤에 시달리는 이곳 국민들에게 코코아는 주 수입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단순히 열대우림 복원을 위해 농장을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따라서 농장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동일 면적 내에서 생산성을 높이면서 임목을 추가로 심어 산림을 복원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네슬레는 우선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 위치한 85,000여개의 코코아 농장 각 구역을 지도화했습니다. 그리고 코코아 농가에 42만 개의 임목 종자를 배포해 코코아와 함께 심어 산림을 복원할 수 있도록 독려했습니다. 또한 고품질의 코코아 모종을 공급해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농장에 필요한 땅을 최소화했습니다. 네슬레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서아프리카 지역의 산림 파괴를 방지하는 동시에 농가의 이익을 최대화하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더 건강한 삶을 위한 선택

건강한 음식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날로 늘어가고 있죠. 네슬레 역시 이러한 변화에 직면했는데, 특히 네슬레의 주요 브랜드인 네스퀵, 킷캣 등은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사람들이 '달고 살찌는' 제품에 중독되게 함으로써 당뇨나 비만을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네슬레는 이러한 비판에 발빠르게 대응해 제품군에서 당류를 2000년 대비 1/3 수준으로 감축했습니다. 또한 제품의 45%가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일일 당 섭취기준(칼로리의 5% 이내)을 충족하고 있으며, 나머지 제품들도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연구 개발에 나설 예정입니다. 나트륨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네슬레는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유지하면서도 나트륨 함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으며, 지금까지 전 제품군에서 약 6,500톤의 나트륨을 감소시켰습니다. 

또한 네슬레는 아이들의 영양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짐을 인지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Nestle for Healthier Kids'라는 이름하에 아이들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습니다. 일례로 아르헨티나에서는 유통기업 까르푸와 협력해 아이들에게 과일과 채소 섭취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Adopt a Fruit, Adopt a Vegetable'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식습관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부모님과 학교의 중요성을 깨닫고, 학교와 연계한 영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부모님을 위한 생활 속 건강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슬레는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2030년까지 5천만 명의 어린이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월마트의 친환경 정책을 주로 분석한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네슬레의 사회관련 정책을 주로 다뤄봤는데 어떻게 보셨나요? 언뜻 보면 농부들을 교육하고 좋은 묘목을 보급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나 싶을 수 있지만, 저는 ESG에 대해 알게 된 지금은 "생산량을 늘리고 고품질의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으니 사업에 도움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품의 당 및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 것 역시 설탕세 도입이나 성분 함량 제한과 같은 이슈에 대응할 수 있으니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죠. 공급처와 소비자를 생각한 행동이 기업의 안정적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자료
Nestlé Says It Can Be Virtuous and Profitable. Is That Even Possible?(The New York Times, 2019)
Creating Shared Value Progress Report 2019(Nestle, 2020)
TEN YEARS OF THE NESCAFE PLAN(Nestle, 2021)
만약 한국에서 커피를 재배할 수 있었다면(매경프리미엄, 2018)
초콜릿 탓에 서아프리카 열대우림 급속도로 사라져(연합뉴스, 2017)
[Cover Story] 네슬레를 배우다(조선일보 더나은미래, 2015)
Nestle(www.nestle.com)

제주폐가살리기사회적협동조합
기획운영팀 안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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