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한참 도로에 많이 보였던 뉴비틀이라는 차가 떠오릅니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디자인으로 여성분들이 특히 좋아하셨던 기억이 나고, 대학시절 엄청 엄하시던 교수님께서 이 차를 타고 다니셔서 참 안어울린다(?)며 동기들끼리 수군거렸던 기억도 나네요. 하지만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폭스바겐 디자인의 우수성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폭스바겐의 ESG 경영 실패 사례에 가깝겠네요. 폭스바겐을 통해 ESG 경영 실패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폭스바겐은 ESG 경영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폭스바겐의 사기극

2000년대에 들어서며 친환경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며 차량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가 하나 둘씩 도입됩니다. 폭스바겐의 주 판매처인 유럽(0.080g/km) 및 미국(0.030g/km)은 특히나 엄격한 기준을 설정했죠. 폭스바겐은 이 과정에서 자사의 디젤 차량을 '클린 디젤', '친환경 차량'이라며 광고했고, 실제로 2010년대 초반까지 EU 내 신규 등록 차량 중 디젤 차량의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등 디젤 차량의 판매량은 급속도로 증가했습니다.

출처: ACEA

그렇게 디젤 차량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던 어느 날, 미국 비영리환경단체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한 가지 실험을 계획합니다. 폭스바겐 제타, 파사트, BMW X5 등 디젤 엔진을 탑재한 차량들을 대상으로 실외 주행 테스트를 통한 배기가스 측정에 나선 것이죠. 처음 이 실험은 '디젤 엔진도 깨끗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계획됐다고 합니다. 세계 어느 곳보다도 엄격한 미국 기준을 통과한 디젤 차량들을 내세우며 타 국가에도 동일한 기준을 도입하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한 것이죠.

그런데 이 실험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납니다. 폭스바겐 차량이 공식 테스트 대비 40배, 미국 기준치 대비 30배가 넘는 배기가스를 배출한 것입니다. 미국 환경보호국은 즉각적인 조사에 나섰고, 폭스바겐이 전자제어장치(ECU) 프로그램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미국과 유럽 등 많은 국가에서는 배기가스 배출량 인증시 실내에서 차대동력계라는 장치를 이용해 인증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이때 엔진은 가동되고 속도는 올라가지만 핸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데, 폭스바겐은 소프트웨어에 이 상황을 '배기가스 검사중'으로 인식하게 하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억제하도록 만든 것이죠. 일반 주행 중에는 이 소프트웨어가 작동하지 않는데, 이 때문에 실외 주행 실험에서 실제 배기가스 배출량이 들통나며 폭스바겐의 사기극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폭스바겐 조작 사건의 원인 및 여파

그렇다면 폭스바겐은 왜 저런 사건을 일으킨 걸까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높은 연비와 친환경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디젤 엔진은 연비가 좋지만, 엔진의 특성상 질소산화물, 미세먼지와 같은 배기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디젤 차량 생산시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하는데, 이 장치를 작동시키는데 연료를 추가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연비가 낮아지게 됩니다. 즉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제대로 작동시킨다면 높은 연비와 배기가스 저감,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어려웠던 것이죠. 폭스바겐은 위 조작사건을 통해 배기가스 검사 시에는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최대한 가동해 친환경 차량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실제 주행 중에는 저감장치 작동을 중지시킴으로써 연비가 좋다는 인식을 심어줬던 것이죠. 특히 가격대 성능비를 중시하는 소형 차량에 디젤 엔진이 다수 사용되었음을 생각해본다면, 폭스바겐이 소형차 시장에서 '친환경'과 '연비'로 우위를 차지하려고 조작 사건을 일으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조작이 밝혀진 후 우리나라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등 많은 국가에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폭스바겐은 결국 2009년부터 생산된 디젤 차량 약 1,100만 대에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가 설치됐음을 인정했죠. 주주들은 이러한 소식에 즉각 반응했고, 폭스바겐의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이후 폭스바겐은 연비조작 공모, 대기오염 규정 위반 등으로 고발당했고 현재까지 약 350억 달러(약 40조 원)에 달하는 피해보상금 및 벌금을 지급해야 했습니다. 폭스바겐의 주가는 2021년 현재에도 2015년의 최고점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는데, 그만큼 이 사건의 여파가 컸음을 보여줍니다.

출처: Fortune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은 ESG 경영 면에서도 커다란 시사점을 줍니다. 환경(E)면에서는 배기가스 배출 규정을 어기며 환경오염을 심화시킨 주범이 되었고, 사회(S)면에서는 고객을 기만하고 제품을 과대선전했으며 환경오염을 통해 인류의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끼쳤죠. 지배구조(G)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는데, 경영진에서 조작을 인지했음에도 방조했으며 배기가스 조작이라는 불법적인 행위를 견제하거나 사전에 막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폭스바겐 그룹 CEO인 마틴 빈터콘은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했습니다. 이렇듯 ESG 모든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이 사건으로 폭스바겐의 ESG 등급은 BB에서 CCC까지 수직 하락했고 지금까지도 이 등급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출처: MSCI

 

 

 


폭스바겐, 나쁘기만 한 기업인가?

그렇다면 폭스바겐이 나쁘기만 한 기업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폭스바겐 역시 최근 ESG 경영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업이 환경,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브라질에서 진행하고 있는 Costurando o Futuro(Sewing the Future) 프로젝트를 들 수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브라질 내의 생산공장과 공급업체가 사용하고 남은 장비나 차량 내장재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 내 저소득층들이 이를 활용해 가방, 지갑 등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생산과정에서 남은 폐자재를 재활용하고, 지역사회에는 일자리를 창출함과 동시에 소득원을 제공하는 것이죠.

출처: Volkswagen

환경보호도 폭스바겐이 중점을 두고 있는 영역 중 하나입니다. 폭스바겐은 늦어도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위해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2015년 대비 2025년 배출량을 30%가량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유럽 시장 내에서 전기차량 모델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고, 2030년에는 전기차 판매량을 40%까지 증가시킬 계획입니다. 또한 차량을 단순히 폐차시켜 버리지 않고 다시 쓸 수 있는 부품을 선별해 가공을 거쳐 재생산하고, 이 부품을 차량 수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을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부품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30%가량 낮추고, 에너지 소비 역시 80% 가까이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을 향한 불신의 눈빛은 여전합니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올해 초에도 EU의 탄소배출량 기준을 채우지 못해 1억 유로(약 1,30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최근에는 그린피스가 폭스바겐이 탄소 배출 과징금을 회피하기 위해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을 딜러 혹은 자회사에 팔아넘기는 방식으로 친환경차 판매량을 끌어올렸다며 고발하기도 했죠. 폭스바겐이 사회공헌활동, 환경보호활동에 지속적으로 나섬에도 여전히 ESG 최하 등급인 CCC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폭스바겐의 ESG 경영에는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죠. 그럴듯한 목표와 그럴듯한 통계치는 내세우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니 여전히 고객을 기만하고 있다면 누가 그 기업을 믿어줄 수 있을까요? 도요타와 더불어 세계 최대 차량 생산 기업 1, 2위를 다투는 폭스바겐, 그 명성에 맞는 ESG 경영을 수행하길 바래봅니다.

 

참고자료
희대의 사기극? Q&A로 보는 폭스바겐 스캔들의 모든 것(허핑턴포스트코리아, 2015)
Volkswagen: The scandal explained(BBC, 2015)
Volkswagen And The Failure Of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Forbes, 2015)
Here’s a timeline of Volkswagen’s tanking stock price(Fortune, 2015)
Greenpeace Accuses VW Of Lowering Emission Fine By Selling Cars To Itself(InsideEVs, 2021)
Volkswagen(www.volkswagenag.com)

제주폐가살리기사회적협동조합
기획운영팀 안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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