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게 90년대 매주 일요일 오전에 방영됐던 디즈니 만화동산입니다. 아침 8시~9시 경에 방송이 시작했기 때문에 항상 잠이 덜깬채로 TV 앞에 앉아 디즈니 만화를 보던 기억이 납니다.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같은 동화책들을 보며 공주가 되는 상상을 했던 아찔한(?) 기억도 나네요. 이렇게 제 기억은 대부분 만화와 관련된게 대부분인데요, 월트 디즈니, 제 생각보다 훨씬 큰 그룹이었습니다.

출처: Investopedia

위 사진은 디즈니가 최근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면서 확장된 디즈니의 미디어 포트폴리오입니다. ESPN, ABC, 내셔널 지오그라픽과 마블, 픽사, 스타워즈까지 정말 미디어 제국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기업입니다. 게다가 미디어뿐 아니라 디즈니랜드같은 테마파크까지 운영하고 있기도 하죠. 2020년 매출만 653억 달러(약 74조 원), 임직원만 해도 22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그 명성만큼 기업 규모도 엄청난 기업인데요. 만화영화를 좋아했던 어린이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기업, 월트 디즈니는 어떤 ESG 활동을 수행하고 있을까요?

 

 


봉사활동만 하면 디즈니랜드 입장권이 공짜?!

조금 과장된 멘트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2010년 디즈니에서 시행했던 자원봉사 프로그램입니다. 'Give a Day, Get a Disney Day'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하루 동안 봉사활동을 했다는 인증을 받으면 디즈니랜드 무료입장권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었죠. 디즈니는 봉사활동 장려를 위해 자원봉사 관련 비영리단체인 핸즈온네트워크(Hands-On Network)와 손잡고 자사 홈페이지 내에 참여 가능한 봉사활동 목록을 게시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중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활동을 선택, 자원봉사를 완료한 후 핸즈온이 봉사활동 참여를 인증해주면 미 전역에 위치한 디즈니랜드 중 한 곳의 입장권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죠. 

출처: Disneyparks

호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2010년 1월 1일 시작돼 1년간 운영될 계획이었던 이 프로그램은, 준비된 100만 장의 무료입장권이 단 67일만에 소진되면서 종료되었습니다. 즉, 세 달도 안된 짧은 기간 동안 디즈니는 100만 명이 자발적인 봉사활동에 나서도록 장려한 것이죠. 디즈니는 지역사회의 봉사활동 참여율을 높이고,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었죠.

하지만 디즈니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과연 평판뿐이었을까요? 아닙니다. 무료 입장권을 배포한 덕분에 디즈니는 수입도 올릴 수 있었죠. 공짜로 디즈니랜드에 왔다는 만족감에 사람들은 디즈니랜드 내에서 먹고, 마시고, 노는 데 더 많은 소비를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교외에 위치한 디즈니랜드의 특성상 멀리서 방문하는 사람들은 디즈니 리조트에 숙박하기도 했기 때문에 디즈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사회공헌활동이 아닙니다. 고객에게는 봉사로 인한 만족감과 디즈니랜드에서의 경험을 주고 디즈니는 좋은 이미지와 더불어 디즈니랜드 방문 고객을 늘려 수입을 얻는, 사회공헌활동과 비즈니스 모델이 결합된 모범적인 ESG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병마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디즈니는 아이들, 특히 병마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만화영화의 주인공은 때로는 누구보다도 더 좋은 친구가 되고, 누구보다도 더 대단한 영웅이 되기도 하죠. 디즈니는 자사의 캐릭터들을 활용한 상품을 기부하거나, 캐릭터들이 직접 병원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출처: The Walt Disney Company

실제로 디즈니는 'Disney Toy Delivery'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 캐나다 지역에 위치한 450개의 소아병동에 매년 3백만 달러에 달하는 디즈니 제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8년부터 5년간 1억 달러를 투자한 'Disney Team of Heroes' 프로그램을 통해 디즈니 캐릭터들이 소아병동을 직접 방문, 병원생활에 지친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죠. 일례로 2019년에는 '토이스토리4' 개봉을 앞두고 토이 스토리 캐릭터들이 병원을 직접 방문해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 장난감을 전달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디즈니는 이 프로그램들을 통해 긴 투병생활을 겪는 아이들과 보호자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한편 즐거움과 편안함을 더해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처: ClickOrlando

1980년 시작된 'Make-A-Wish' 프로그램은 난치병을 앓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디즈니는 아이들이 꿈꾸던 일을 이뤄주는 것 역시 치료의 일환이라고 생각했고, Make-A-Wish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세계 50개국에서 약 45만 명의 아이들의 소원을 이뤄주었습니다. 위 사진은 선천성 질병을 앓는 7살 소녀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미녀와 야수의 벨을 만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입니다. 디즈니는 소원을 이루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갖게 되고, 슬픔과 걱정보다는 기쁨과 희망을 안고 치료에 임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이렇듯 디즈니는 아이들에게 병마와 싸우기 위한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활용한 청소년 교육

디즈니 사업의 핵심은 결국 이야기와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죠. 디즈니는 자사의 핵심 역량인 이야기를 아동 및 청소년 교육에 활용했습니다. 주목할만한 프로그램 중 하나로는 'Musicals in Schools'가 있습니다. Musicals in Schools는 국공립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무료 프로그램으로, 초등학생용으로 재편집된 30분짜리 디즈니 뮤지컬에 대한 공연 권리와 대본, 음악, 리허설 팁이 포함된 키트를 제공합니다. 학교 선생님은 뮤지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한 학기에 걸쳐 아이들과 직접 뮤지컬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배우 역할을 하는 아이들부터 백스테이지에서 뮤지컬 제작을 돕는 아이들까지, 아이들은 극장에서 뮤지컬을 공연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 창의력, 협동심, 문제해결,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능력을 기를 수 있죠. 2009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388개 학교의 43,000여 명이 라이언킹, 정글북, 알라딘과 같은 디즈니 뮤지컬 공연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출처: Disney Musicals in Schools

2012년부터는 비영리단체인 'Young Storytellers'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Young Storytellers는 Young Storytellers는 청소년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글과 공연으로 내놓음으로써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현하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디즈니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디즈니 배우들로부터 1대1 멘토링을 받을 수 있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이야기가 공연으로 만들어지게 될 때는 디즈니 배우들이 직접 공연에 나서기도 하죠. 원래는 대면으로 진행됐던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디즈니 배우들은 여전히 온라인을 통해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룹 화상통화를 통해 각자 각본을 읽으며 '온라인 공연'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무대에서 멋진 공연들을 만나게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월트 디즈니의 사회(S) 공헌활동 어떻게 보셨나요? 저는 무엇보다 디즈니가 사회공헌활동을 기업과 동떨어져서 생각하지 않고, 기업이 가진 자산을 활용해 진행했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자사의 캐릭터와 테마파크를 활용해 소아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이야기라는 자산을 활용해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습을 보며 디즈니가 가진 콘텐츠의 우수함과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은 디즈니의 이야기를 보며 꿈을 꾸고, 디즈니는 다시 아이들의 꿈을 이뤄주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전 세계 아이들이 디즈니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읽으며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디즈니의 선한 영향력이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참고자료
How Disney Gave A Magic Touch To Volunteering(Forbes, 2019)
Give a Day, Get a Disney Day(Wikipedia)
자원봉사 참여율 올리고, 기업 매출과 수익도 늘리는 '디즈니'만의 사회공헌 아이디어(한국능률협회컨설팅, 2019)
The Walt Disney Company 2020 CSR Report(The Walt Disney Company, 2021)
Disney Musicals in Schools(www.disneymusicalsinschools.com)
Young Storytellers(www.youngstorytellers.com)
The Walt Disney Company(www.thewaltdisneycompany.com)

제주폐가살리기사회적협동조합
기획운영팀 안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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