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Walmart)는 전 세계 모든 기업을 통틀어 매출 1위를 기록한 거대 기업입니다. 세계 27개 국가에 11,000여 개의 매장을 세우고, 220만 명의 종업원을 보유한 유통계의 거물이죠. Everyday Low Price(상시저가정책)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저렴한 제품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을 통해 기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이 과정에서 대량생산 및 유통에서 파생되는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큰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월마트는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었을까요?

 

 


월마트, 지속가능경영의 시작

재미있게도 월마트의 경영방식 변화는 한 아이의 탄생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바로 당시 CEO였던 리 스콧(Lee Scott)의 손녀딸이죠. 그동안은 막연하게 생각했던 기후변화, 환경오염과 같은 이슈들이 손녀딸이 살아가게 될 사회라고 생각하니 그에게는 큰 위협으로 느껴진 모양입니다. 스콧은 월마트라는 거대 기업이 가진 자원을 이용해 세상을 자신의 손녀딸에게, 나아가 모두에게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세웁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월마트의 지속가능 프로그램입니다. 스콧은 100% 재생에너지 사용, 제로 폐기물, 지속가능한 제품 판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운송수단 효율화 등을 목표로 경영 전반을 손볼 것임을 밝혔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계획이 단순히 환경을 지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월마트는 경쟁자와 차별화할 수 있고, 환경과 관련된 각종 규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공급망을 효율화함으로써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었죠. 즉 이러한 움직임들은 결국 비용을 줄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 전략의 일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기회는 기업 외부에 있다

월마트는 먼저 기업 내부에만 집중하던 사고방식을 변화시켜야 했습니다. 기존에는 비영리재단, 정부기구, 연구기관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배제하고 기업 운영에만 집중했지만, 비교적 전문성이 없었던 '지속가능성'이라는 분야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죠.

월마트가 환경 보호를 위해 개선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회들이 기업 외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이러한 변화를 부추겼습니다. 월마트 매장 운영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10%라면, 나머지 90%는 공급업체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월마트는 이 점에서 착안해 환경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해산물, 포장재 등 14개 분야의 지속가능한 가치 네트워크(Sustainable Value Network)를 설정하고 공급업자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을 각 네트워크에 가입하도록 독려했습니다. 공급업자들은 각 네트워크에서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대신에 월마트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발언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월마트는 약 3,000여 개의 공급업체들과 환경적 영향력을 줄이고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공급업체를 평가하는 기준에 지속가능성 관련 지표를 추가하는 등 공급업체의 변화를 이끌고 있죠. 일례로 평가기준에는 제품의 효율적 포장기준 준수여부가 포함되어 있으며, 공급업자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준들을 지켜야만 합니다. 이러한 친환경으로의 행보는 재무적으로도 긍정적인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공급업체들은 월마트가 제시한 효율적 포장기준을 준수해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월마트는 포장재 감축을 통해 화물적재량을 늘릴 수 있었고, 물류비를 절감함과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 역시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죠.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월마트의 지속가능경영은 '파급력'이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월마트가 제품 운송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한다면, 월마트가 사용하는 트럭 제조업체들도 친환경 차량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겠지요. 매장에서 사용되는 전구, 냉장고와 같은 전자제품 공급업체 역시 더 효율적인 제품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월마트의 변화는 단순히 기업 자체만이 아닌,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100% 재생에너지와 제로 폐기물 시대를 향해

월마트는 자신들의 매장 및 창고에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약 29%인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5년까지 100%로 끌어올릴 계획이죠. 이를 위해 매장 인근에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월마트 매장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출처: Walmart

최근에는 에너지 관리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슈나이더와 손잡고 기가톤 PPA(Gigaton PPA)를 발족했습니다. 월마트가 2017년부터 진행한 '프로젝트 기가톤'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데요, 프로젝트 기가톤은 무려 10억 톤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였습니다. 물론 월마트 자체만으로 달성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공급업체들이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을 모두 포함한 양을 말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공급업체들이 어떻게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고, 규모가 영세한 경우 직접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여력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기가톤 PPA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PPA란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계약을 맺어 전기를 공급받는 제도로, 영세한 공급업체들이 함께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죠. 또한 기가톤 PPA를 통해 월마트의 공급업체들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교육을 들을 수 있어 재생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을 대폭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월마트는 폐기물 감축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매장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포장재, 재활용품, 혼합폐기물 등 다양한 폐기물들을 재활용하고 재사용함으로써 실제로 매립되는 쓰레기의 양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출처: Walmart

실제로 2017년 기준 월마트는 배출된 폐기물의 약 65%를 재활용했으며 기부, 재사용 등을 거쳐 실제로 매립된 폐기물의 양을 22%까지 감소시켰습니다.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변경하고 리필과 같이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장려했으며, 소비자들도 이러한 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제품에 재활용 라벨 부착을 장려하고 일회용 봉투 대신 재사용 가능한 쇼핑백을 지급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2019년에는 재활용 비율이 71%까지 증가했으며, 매립 비율은 19%까지 줄어들었죠.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은 계속될 예정으로, 특히 월마트 캐나다는 2025년까지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량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매출 및 재고량을 면밀히 관리해 음식물 낭비를 줄이고, 잉여식품은 푸드뱅크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제로 폐기물을 향한 월마트의 노력이 과연 빛을 발할지 앞으로도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만약 월마트가 하나의 국가라면 전 세계 27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라고 합니다. 그만큼 월마트의 규모와 파급력이 굉장하다는 의미죠. 월마트의 ESG 경영에 대해 조사하면서 한 기업의 변화가 얼마나 많은 산업계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혼자서만 지속가능경영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공급업체나 고객과 같은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반대로 우리와 같은 일반 소비자가 힘을 합쳐 기업이 ESG를 고려한 지속가능 전략을 짜도록 유도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이처럼 ESG와 지속가능경영은 혼자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협력하여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자료
Walmart has a grand plan to help suppliers club together to buy green energy(CNBC, 2020)
Walmart Canada Pledges Zero Food Waste By 2025(European Supermarket Magazine, 2018)
Walmart tried to make sustainability affordable. Here’s what happened.(The Business Journal, 2018)
Walmart: the corporate empire's big step for sustainability(The Guardian, 2014)
The Greening of Wal-Mart(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2008)

기업의 생존 이젠 ESG에 달렸다(뉴스헤럴드, 2021)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공유가치 전략 : 월마트(Walmart) 사례 살펴보기(Impact Business Review, 2014)
Walmart(corporate.walmart.com)

제주폐가살리기사회적협동조합
기획운영팀 안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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