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좋은 일 하는 건 돈이 안돼"라고도 말하듯이 착한 기업과 돈벌이는 조금 동떨어져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미디어에서는 ESG 경영을 하면 착한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재무적 가치가 올라간다고 말하고 있죠. 그렇다면 ESG 경영이 어떻게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걸까요?

 


'착한 기업'이 성장률도 착하다

과거에는 ESG와 기업가치간의 상관관계를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기업도, 이해관계자들도 ESG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인터넷의 발달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기업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단순히 기업에서 발표하는 보도자료, 재무적 정보를 받아보는데서 벗어나, 인터넷 어디서든 기업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착한 기업은 더 팔아주고, 나쁜 기업은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재무적 성과에 집적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최근 이러한 ESG와 재무적 성과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며, 실제 ESG와 같은 비재무적 정보를 고려한 투자의 성과가 높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1970년대 이후 발간된 2,000여 건의 연구 분석 결과 약 90%에서 ESG가 기업 재무적 성과를 증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기업 운영 성과에 대한 연구 중 88%가 ESG를 고려한 경우 더 나은 운영 성과를 보여준다는 결론을 제시했습니다. 2019년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ESG점수가 높은 상위 20% 기업과 하위 20%간 가치 프리미엄(Valuation Premium)이 5배 이상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자 지표로 활용되는 ESG

ESG가 가장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은 바로 금융투자 업계입니다. 매출이나 순이익 등 재무적 성과만을 평가하고 투자처를 찾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위의 사례처럼 ESG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기업 가치 및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라는 인식이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세계 최고의 투자운용사 블랙록의 회장인 래리 핑크(Larry Fink)는 2020년 "기후변화는 회사 장기 전망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며 "석탄 화력을 생산·제조하는 기업의 주식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해 팔아버리겠다"고 선언하며 ESG 투자를 가속화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기관투자자들도 ESG 투자에 앞장서는 추세입니다. ESG에 반하는 기업(무기, 환경오염, 아동착취 등)들을 투자에서 배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혹은 우수한 ESG 성과를 내는 기업에 투자하는 포지티브 스크리닝(Positive Screening)전략을 앞세워 ESG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럽투자은행(EIB)은 2022년부터 화석연료 관련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으며,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석탄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제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국민연금이 2022년 말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반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처럼 ESG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투자가 확대되자 기업에서도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ESG 리스크를 집중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Global Risks Report)에 따르면 10년 전의 글로벌 리스크는 재무적 리스크 중심이었으나, 근래에는 환경 및 사회 등 비재무적 리스크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ESG와 기업의 장기적 성장,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즉 ESG가 잘 관리되는 기업은 위와 같은 비재무적 글로벌 리스크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실제로 ESG가 잘 관리되면 횡령, 부패 등과 같은 부정적 사건을 겪을 가능성이 낮으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업은 기후변화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도 타 기업에 비해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은 리스크를 관리하며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자금 조달이 원활해짐과 동시에 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을 달성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업 가치의 새로운 기준, ESG 등급

그렇다면 기업이 ESG를 잘 실천하고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바로 ESG등급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기관들이 ESG 평가 결과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가장 잘 알려진 기관은 MSCI와 FTSE, S&P가 있습니다.

출처: MSCI

대표적으로 MSCI의 평가기준을 알아보면 총 7단계로 구성된 등급을 공시합니다. CCC·B등급은 정체, BB·BBB·A등급은 평균, AA·AAA등급을 리더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등급 공시는 어떻게 이뤄질까요?

출처: MSCI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코카 콜라를 예시로 검색해봤습니다. 코카콜라의 등급은 AA로, 7개 등급 중 두번째에 해당하는 성적이네요. 5년 전에는 A등급이었지만 2019년부터 AA로 상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음료 산업군 내에서 각 등급 분포를 보여주는 그래프도 나와있습니다.

출처: MSCI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산업군 내에서 해당 기업이 어떤 점을 잘하고 있는지, 어떤 점을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표입니다. 위 사진을 보면 코카콜라는 음료 산업군 내에서 지배구조, 포장재, 탄소발자국, 안전 분야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영양 및 건강 분야에서는 뒤쳐지는 것으로 평가받았네요.

 

국내에서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에서 ESG 평가등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를 살펴볼까요?

출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는 이처럼 각 기업의 종합 ESG등급과 더불어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부문의 등급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MSCI처럼 세부적인 평가 정보는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충분히 직관적인 정보라고 생각됩니다. 이 외에도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 피치(Fitch Ratings) 등은 ESG 평가 결과를 신용 등급에 일부 반영하고 있다고 하니 ESG 평가가 단순히 비재무적인 요소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상황에 대한 평가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ESG 평가를 통해 기업은 경영 전략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발전 방안을 수립할 수 있으며, 이해관계자들은 이 기업이 '착한 기업'인지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만한 곳인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앞다투어 ESG 경영에 나서는 기업들

ESG 경영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자 국내 기업에서도 이에 맞춰 ESG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경영 전략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삼성전자는 기존 경영지원실 산하에 운영해 온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CEO 직속의 지속가능경영 추진센터로 격상시켰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기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개편하고 ESG 정책 및 계획, 주요 활동 등을 심의, 의결할 계획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기업에서도 ESG 경영 강화에 나섰습니다. 카카오는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는 ESG위원회를 신설했으며, 네이버는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한 데 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 ESG 전담조직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움직임은 ESG중 G(Governance)에 해당하는 지배구조 변화를 통해 환경, 사회 이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ESG 트렌드에 따르지 않으면 대출길이 막히거나 투자를 받지 못하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현 상태를 볼 때, 전담조직 신설은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적합하기 때문에 한동안 전 산업계에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SG와 기업 가치, 조금은 어려우셨나요? 쉽게 요약하자면 비재무적 리스크가 확산되는 현 상황에서 기업은 ESG 경영을 통해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고, ESG 등급 등 객관적 평가를 통해 가치투자를 이끌어내며 장기적인 기업가치 증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ESG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재무적 성과도 좋다는 것이 실증적인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죠. 즉, 기업의 성과와 ESG 경영은 절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개념과 현황 중심으로 ESG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다음 포스팅부터는 해외 사례를 통해 ESG 경영, ESG 활동이 어떤 것인지 더 쉽게 알아보려고 합니다. 우리보다 앞서 ESG에 관심을 가졌던 해외 기업들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앞으로 계속될 포스팅도 기대해주세요!

 

참고자료
ESG의 부상,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삼정KPMG, 2021)
ESG와 기업의 장기적 성장(한국기업지배구조원, 2020)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커뮤니케이션(딜로이트, 2018)
ESG 안 하면 밀려나…기업의 운명까지 바꾸는 시대 됐다(뉴스원, 2020)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석탄 회사서 돈 뺀다"(머니투데이, 2020)
ESG를 투자 기준으로 삼는다...ESG란? ESG정의, 필요성, 사례(문화뉴스, 2021)
[2021 환경제 키워드 ⓛ] ESG 평가 좋은 기업, 수익률도 더 높을까?(그린포스트코리아, 2021)
재계에 분 'ESG 경영' 바람…지배구조 개혁 '속도'(아이뉴스24, 2021)
SCMI(www.msci.com)
한국기업지배구조원(www.cgs.kr)

제주폐가살리기사회적협동조합
기획운영팀 안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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